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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실비/오렐리아 스펙트럼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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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5-14 15:13 조회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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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렐리아 

스펙트럼 시리즈

제라르 드 네르발 지음 | 최애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05월 08일 출간

책소개

“내가 그토록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그 이상한 열정들, 그 꿈들, 그 눈물들, 그 절망들과 다정함들……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젊은 날의 쓸쓸한 사랑 이야기와 광기의 기록이자
삶의 근원을 찾아가는 영혼의 여정!
프랑스 국민 작가 제라르 드 네르발의 대표 작품선

독일의 노발리스, 영국의 블레이크에 비견되는 프랑스 작가 제라르 드 네르발의 「실비」와 『오렐리아』를 묶은 『실비/오렐리아』가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신비주의와 제교혼효주의로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 세계는 한동안 편견과 망각 속에 놓여 있었으나, 마르셀 프루스트, 기욤 아폴리네르를 위시한 시인과 작가들의 공감을 얻다가 20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마흔일곱 해의 짧은 생애에서 젊은 나이에 파산한 이후 20년 가까이 글 쓰는 일을 고단한 생업으로 삼아야 했던 네르발. 그중에서도 「실비」와 『오렐리아』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집필한 작품으로, 그의 주요 작품들이 극도의 빈곤과 광기에 시달리던 생의 말년에 씌었다는 점은 그에게 글쓰기가 허물어져가는 삶을 붙들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전적 색채가 짙은 「실비」와 『오렐리아』는 암운처럼 덮여오는 광기와 죽음에 맞서 작가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그가 끝까지 지켜내려 했던 가장 소중한 진실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젊은 시절 네르발은 아버지의 희망대로 의학을 공부했으나, 외조부의 타계로 상당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보헤미안의 생활로 접어들었다. 당장 그해 가을 유산의 일부를 현금화하여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는가 하면, 몇몇 예술가 친구들과 더불어 공동생활을 하며 예술지상주의를 구가하는 분방한 삶에 뛰어들었다. 이 여행을 전후하여 여배우 제니 콜롱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의 평생에 걸쳐 지속될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녀를 출세시키려는 일념으로 창간한 호화판 연극 잡지가 남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그는 파산하고 만다.
「실비」는 이 무렵의 그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 속에는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아드리엔’과 ‘오렐리’ ‘실비’다. 그러나 주인공이 사랑한 것은 어느 한 명의 여인이라기보다는 그의 꿈과 동경, 추억을 통해 이상화된 여인상이다. 여인에 대한 그의 사랑은 “물질적인 인간을 거듭나게 해줄 이시스 여신의 장미 꽃다발” “영원히 젊고 순결한 여신”과 같은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여신에게 바치는 종교적인 사랑인 것이다. 이처럼 그에게 사랑이란 삶의 근원에 이르는 하나의 길이었다. 「실비」는 붙잡을 수 없는 이상 때문에 번번이 현실을 놓치고 마는 젊은 날의 쓸쓸한 사랑 이야기를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문체, 티 없이 맑은 정취를 담아 짧고 영롱한 작품으로 형상화했으니, 일찍이 ‘프랑스적인 목가’로 평가되며 네르발을 국민 작가로 칭송받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1836년 파산 이후, 여배우 제니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그녀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1841년 최초의 정신병 발작을 일으킨 네르발은 이듬해에 제니의 부고를 듣게 되며, 계속된 광기와 발작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1855년 1월 새벽에 누추한 골목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주머니에는 채 마치지 못한 『오렐리아』의 교정쇄가 들어 있었다. 『오렐리아』는 제니에 대한 사랑의 좌절, 피아니스트 마리 플레옐의 중재로 어렵사리 화해하게 되었던 일, 최초의 발작과 일련의 꿈들, 뒤이은 제니의 죽음, 그리고 10년 만에 재발한 광기를 충실하게 기록한 자전적 작품이다. 그것은 꿈에서 깨어나기는커녕, 오히려 꿈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하려 했던 그를 보여준다.
「실비」가 “이상한 시대”를 살며 불가해한 삶의 진의에, 그 항구적 근원에 도달하기 위해 그가 한때 지녔던 덧없는 사랑의 꿈들에 관한 것이라면, 『오렐리아』는 겹겹의 너울처럼 떨어져 내리는 꿈들의 저편에 있을 그 어떤 궁극적 비의에 도달하기 위해 한층 더 심화되고 가열해지는, 또 다른 차원의 꿈에 관한 것이다. 이때의 꿈은 단순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이나 동경이라는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꿈이며 환상이며 착란이 된다. 『오렐리아』는 흔히 네르발의 광기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이 그가 이전에 쓴 작품들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그의 광기가 갖는 독특한 성격을 시사해준다. 즉, 그에게 광기란 자신의 주관적인 세계를 극단적으로 추구한 결과이며, 말하자면 일종의 각성된 꿈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실비」가 겉보기만큼 단순하거나 ‘투명’하지 않다는 것, 『오렐리아』가 그저 광기의 두서없는 기록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두 작품을 이어주는 깊은 일관성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목차

실비
발루아의 추억
1. 잃어버린 밤 | 2. 아드리엔느 | 3. 결심 | 4. 키테라 여행 | 5. 마을 | 6. 오티스 | 7. 샬리 | 8. 루아지의 무도회 | 9. 에름농빌 | 10. 키 큰 곱슬머리 | 11. 귀환 | 12. 도뒤 영감 | 13. 오렐리 | 14. 마지막 장

오렐리아
혹은 꿈과 삶
제1부
제2부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책 속으로

그녀의 미소는 나를 무한한 행복감으로 가득 채웠으며, 그토록 부드러우면서도 낭랑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의 울림은 나를 기쁨과 사랑으로 전율케 했다. 그녀는 내가 바라는 모든 완벽함을 지니고 있었으며, 내 모든 열정과 내 모든 변덕에 그대로 화답해주었다.
아래쪽에서 비치는 각광을 받을 때면 햇빛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각광이 내려지고 위쪽에서 비치는 샹들리에 불빛만으로 좀더 자연스럽게 보일 때면 밤처럼 창백하게, 어둠 속에서 자신의 아름다움만으로 빛나곤 했다. 마치 헤르쿨라네움 벽화들의 빛바랜 배경 가운데서 이마에 별을 달고 선연히 나타나는 시간의 여신들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9~10쪽)

극장의 여인에게 품었던 저 막연하고 희망 없는 사랑, 매일 저녁 연극이 시작되는 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나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던 사랑의 근원은 아드리엔의 추억에, 창백한 달빛을 받아 피어난 밤의 꽃, 하얀 안개 서린 푸른 풀밭 위로 미끄러져 가던 장밋빛과 금빛의 환영에 있었던 것이다. (23쪽)

만일 내가 작가의 임무란 삶의 중대한 상황 가운데서 겪은 바를 성실하게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면, 그리고 내가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스스로에게 부과하지 않는다면, 나는 여기서 쓰기를 멈추고, 그다음에 이어진 아마도 비이성적인, 혹은 속되게 말해 병적인 일련의 환상들을 묘사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105쪽)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상념들을 좀더 확실히 간직하고 싶어서 주워 모은 숯이며 벽돌 조각을 가지고서 내게 떠오른 영상들을 그렸으며, 그런 프레스코화들로 얼마 안 가 벽을 뒤덮게 되었다. 하나의 얼굴이 항상 다른 것들을 지배했으니, 그것은 내 꿈에 나타났던 것처럼 여신의 모습으로 그려진 오렐리아의 얼굴이었다. 그녀의 발밑에는 바퀴가 돌고 있었고, 신들이 그녀를 수행하고 있었다. 나는 꽃이며 풀에서 즙을 짜내어 이런 그림에 색칠까지 했다. 그 소중한 우상 앞에서 나는 얼마나 무수히 꿈꾸었던가! (131쪽)

내가 처해 있던 정신 상태가 그저 사랑의 추억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교만이다. 무심결에나마, 나는 어리석게 탕진해버린 삶에 대한 보다 중대한 회한을 사랑의 추억으로 치장하고 있었다는 편이 옳을 터이니, 내 지나간 삶에서는 자주 악이 승리했고, 나는 불행의 타격들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과오들을 인정했던 것이다. (169~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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