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한반도에 두 발로 걸은 '대형 원시악어' 있었다

김은비 2020. 6. 12. 11: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약 1억 1000만년 전 백악기 시대 한반도에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대형 원시악어가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경수 진주교육대학교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소장은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경남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 백악기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견된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은 얼핏 보면 사람 발자국과 비슷해 그동안 발자국의 주인공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남 사천시서 발견된 화석
백악기 원시악어 발자국으로 드러나
"중생대까지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약 1억 1000만년 전 백악기 시대 한반도에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대형 원시악어가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악어류가 2족 보행한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수 진주교육대학교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소장은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경남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 백악기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초 서포면 자혜리에서 화석 수백 개를 발견했다. 화석이 발견된 곳은 전원주택 부지 조성 공사 지역으로 약 1억 1000만 년 전 퇴적된 백악기 진주층에 해당된다.

이번에 발견된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은 얼핏 보면 사람 발자국과 비슷해 그동안 발자국의 주인공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경남 남해군 가인리와 사천시 아두섬에서도 두 발로 걷는 악어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두 발로 걷는 익룡 발자국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공룡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이 함께 발견된 것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공룡 시대 발자국이 악어 발자국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사람 발자국은 5개 발가락이 있으며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큰 데 비해 악어 발자국 화석은 발가락이 4개이며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작고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길다. 이는 현재 악어의 발가락 모양과 일치한다.

이번 원시악어 화석 발자국에는 발바닥 지문이 잘 보존돼 있었다. 연구진은 발바닥 피부 자국을 분석한 결과 현생 악어의 발바닥 피부 패턴과 거의 일치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화석에 ‘대형 바트라초푸스 원시악어 발자국’이라는 뜻의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트라초푸스의 어원은 ‘꼬리 없는 양서류’라는 뜻이다.

원시악어의 발자국 길이는 18~24㎝다. 발자국 길이로 추정한 악어의 몸 길이는 최대 3m에 이른다. 이 원시악어는 꼬리와 앞발을 든 채 몸을 수평으로 세우고 뒷발로만 걷는 독특한 걸음걸이를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 발자국 보행렬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 흔적 10여 개가 함께 발견돼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을 가졌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공룡과 함께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트라이아스기 말기에 멸종했다고 알려진 원시악어가 한반도에서 백악기까지 오랜 기간 살아남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적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미국·호주 연구진이 공동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김 교수 외에 임종덕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장, 배슬미 진주교대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했다. 해외서는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 대학 교수, 앤서니 로밀리오 호주 퀸즈랜드대학교 박사가 참여했다.

사천 자혜리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사진=)

김은비 (demeter@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