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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프랑스 걸작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 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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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5-14 19:44 조회1,1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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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뉴스=남미리 기자]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이형식 옮김, 2만 8천 원)이 다시 나왔다. 지난 2004년 발간됐으나 절판된 것을 최근 출판사 최측의농간이 기존 판본의 오류를 잡아 새로 펴냈다.

 

이 작품은 파리 교외의 이름 없는 의사였던 루이-훼르디낭 쎌린느(Louis-Ferdinand Céline, 본명 루이-훼르디낭 오귀스트 데투슈, 1894~1961)의 첫 소설로 드노엘이라는 무명 출판사를 통해 1932년 10월 세상에 나왔다. 출간 즉시 충격적인 문체와 적나라한 세태 묘사로 당대 문학계에 격렬한 논쟁을 유발했고, 그해 12월 공쿠르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함으로써 더욱 주목을 받게 된다.

 

쎌린느의 이 작품은 욕설이 난무하는 당대 하층민들의 구어체 프랑스어를 선구적으로 도입한 혁명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강박적이고 두서없는 문장 부호 사용과 더불어 거칠고 투박한 낱말과 문장들로 기존 문단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농촌, 도시 뒷골목, 시장바닥에서 민중과 함께했던 살아있는 언어로 프랑스의 유구한 정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밤 끝으로의 여행』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함께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주인공 바르다뮈와 로뱅송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술회하고 있는 전쟁, 아프리카 식민지, 미국 뉴욕과 디트로이트, 파리 근교 빈민촌 등지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모든 인간에게 씌워진 삶이라는 현실은 억압과 부조리의 비참한 굴레이며 혹독한 고난의 연속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소설은 이 세계의 끔찍하면서도 상투적인 풍경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비틀고 꼬집고 꿰뚫어 나아가는 두서없는 독백, 조롱과 비웃음 섞인, 당대 민중의 언어로 현대의 위선과 부조리를 까발리는 분열증적 해학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의 삶을 둘러싼 극적인 여러 에피소드들은 상당 부분 저자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생 그를 사로잡았던 절대적 상흔이었다. 반유대주의, 파시스트적 면모로 제2차 세계대전 후 한동안 프랑스 문단과 강단으로부터 외면받기도 했지만 이 작품이 프랑스 문학에 미친 절대적 영향력은 부정할 수 없다.

 

옮긴이는 우리말의 일상적 순서에는 조금 부자연스럽더라도 작가의 독특한 호흡이나 기질, 시각 등을 반영하는 부분은 가능한 한 원문에 가깝도록 번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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