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눈 내리는 바닷가로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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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5-14 19:38 조회1,3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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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바닷가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가장 순결한 마음으로

부르고 싶으면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가슴에 깊이 묻어둔

어떤 슬픔 하나

아직도 소리 내어

울지 못했으면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차가운 눈을 맞고

바다는 더욱 고요하고

따뜻해졌습니다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해서는

하얀 웃음을

죽은 이들을 위해서는

하얀 눈물을 피우며

송이송이

바다에서 꽃이 되는 눈


어느 날 문득

흰 옷 입은 천사의

노래를 듣고 싶거든

죽는 날까지 짠 물 속에

겸손해지고 싶거든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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