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미소는 나를 무한한 행복감으로 가득 채웠으며, 그토록 부드러우면서도 낭랑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의 울림은 나를 기쁨과 사랑으로 전율케 했다. 그녀는 내가 바라는 모든 완벽함을 지니고 있었으며, 내 모든 열정과 내 모든 변덕에 그대로 화답해주었다.
아래쪽에서 비치는 각광을 받을 때면 햇빛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각광이 내려지고 위쪽에서 비치는 샹들리에 불빛만으로 좀더 자연스럽게 보일 때면 밤처럼 창백하게, 어둠 속에서 자신의 아름다움만으로 빛나곤 했다. 마치 헤르쿨라네움 벽화들의 빛바랜 배경 가운데서 이마에 별을 달고 선연히 나타나는 시간의 여신들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9~10쪽)
극장의 여인에게 품었던 저 막연하고 희망 없는 사랑, 매일 저녁 연극이 시작되는 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나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던 사랑의 근원은 아드리엔의 추억에, 창백한 달빛을 받아 피어난 밤의 꽃, 하얀 안개 서린 푸른 풀밭 위로 미끄러져 가던 장밋빛과 금빛의 환영에 있었던 것이다. (23쪽)
만일 내가 작가의 임무란 삶의 중대한 상황 가운데서 겪은 바를 성실하게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면, 그리고 내가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스스로에게 부과하지 않는다면, 나는 여기서 쓰기를 멈추고, 그다음에 이어진 아마도 비이성적인, 혹은 속되게 말해 병적인 일련의 환상들을 묘사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105쪽)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상념들을 좀더 확실히 간직하고 싶어서 주워 모은 숯이며 벽돌 조각을 가지고서 내게 떠오른 영상들을 그렸으며, 그런 프레스코화들로 얼마 안 가 벽을 뒤덮게 되었다. 하나의 얼굴이 항상 다른 것들을 지배했으니, 그것은 내 꿈에 나타났던 것처럼 여신의 모습으로 그려진 오렐리아의 얼굴이었다. 그녀의 발밑에는 바퀴가 돌고 있었고, 신들이 그녀를 수행하고 있었다. 나는 꽃이며 풀에서 즙을 짜내어 이런 그림에 색칠까지 했다. 그 소중한 우상 앞에서 나는 얼마나 무수히 꿈꾸었던가! (131쪽)
내가 처해 있던 정신 상태가 그저 사랑의 추억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교만이다. 무심결에나마, 나는 어리석게 탕진해버린 삶에 대한 보다 중대한 회한을 사랑의 추억으로 치장하고 있었다는 편이 옳을 터이니, 내 지나간 삶에서는 자주 악이 승리했고, 나는 불행의 타격들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과오들을 인정했던 것이다. (169~1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