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한반도에 두 발로 걸은 '대형 원시악어' 있었다

문화 0 3,220 2020.06.12 18:08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약 1억 1000만년 전 백악기 시대 한반도에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대형 원시악어가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악어류가 2족 보행한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수 진주교육대학교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소장은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경남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 백악기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초 서포면 자혜리에서 화석 수백 개를 발견했다. 화석이 발견된 곳은 전원주택 부지 조성 공사 지역으로 약 1억 1000만 년 전 퇴적된 백악기 진주층에 해당된다.

이번에 발견된 대형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은 얼핏 보면 사람 발자국과 비슷해 그동안 발자국의 주인공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경남 남해군 가인리와 사천시 아두섬에서도 두 발로 걷는 악어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두 발로 걷는 익룡 발자국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공룡 발자국과 사람 발자국이 함께 발견된 것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공룡 시대 발자국이 악어 발자국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사람 발자국은 5개 발가락이 있으며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큰 데 비해 악어 발자국 화석은 발가락이 4개이며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작고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길다. 이는 현재 악어의 발가락 모양과 일치한다.

이번 원시악어 화석 발자국에는 발바닥 지문이 잘 보존돼 있었다. 연구진은 발바닥 피부 자국을 분석한 결과 현생 악어의 발바닥 피부 패턴과 거의 일치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화석에 ‘대형 바트라초푸스 원시악어 발자국’이라는 뜻의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트라초푸스의 어원은 ‘꼬리 없는 양서류’라는 뜻이다.

원시악어의 발자국 길이는 18~24㎝다. 발자국 길이로 추정한 악어의 몸 길이는 최대 3m에 이른다. 이 원시악어는 꼬리와 앞발을 든 채 몸을 수평으로 세우고 뒷발로만 걷는 독특한 걸음걸이를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 발자국 보행렬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 흔적 10여 개가 함께 발견돼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을 가졌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공룡과 함께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트라이아스기 말기에 멸종했다고 알려진 원시악어가 한반도에서 백악기까지 오랜 기간 살아남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적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미국·호주 연구진이 공동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김 교수 외에 임종덕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장, 배슬미 진주교대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했다. 해외서는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 대학 교수, 앤서니 로밀리오 호주 퀸즈랜드대학교 박사가 참여했다.

사천 자혜리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 발자국 화석(사진=)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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