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는 15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일본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 이번 발사 전에 확인된 여러 정황을 볼 때 한·미·일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준비를 최소한 24시간 이전에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숨 가쁜 움직임이 언론에 포착돼 미사일 발사 준비 소식은 일반인에게도 미리 알려졌다.
미국 NBC는 현지시간 13일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 14일 새벽 5시 30분) 미군 고위 관계자 다수를 인용해 "북한이 48시간 내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NBC 보도를 인용하거나 혹은 당국자발로 14일 밤부터는 관련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군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정보라며 "13일 오전부터 미사일 이동발사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발사대 크기로 볼 때 IBCM(대륙간탄도미사일)급인 '화성 14호'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사일 발사 하루 전부터 이미 미사일 발사를 위한 준비 동향을 감지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장비를 운송하는 상황을 위성사진 등을 통해 상세하게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특히 북한 미사일 발사 30분 전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심으로 관련 참모들이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발사 준비 동향을 단계별로 파악해 발사 시점까지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발사 한 시간여 전 퇴근을 준비하던 일부 백악관 직원들이 긴급 상황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할 수 있었던 것도 정확한 정보와 신속한 대응 덕분이었다.
이날 청와대에서 밝힌 대로 미국이 포착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 정보는 한국 정부와도 공유됐다. 한국 역시 일본과 비슷한 시점인 최소 24시간 이전에 미국으로부터 정보를 공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시점에 우리는 북한에 대한 800만달러 지원을 검토하고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발표를 강행한 점은 상당한 논란거리로 남는다. 한국 정부는 최소 14일 새벽부터 북한이 동맹국인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인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것을 파악하고도 북한에 대한 지원 계획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향후 "대북 국제공조에서 한국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란 염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자국의 상공을 넘어간 일본은 이날도 오래 준비한 듯 신속하게 대응했고 지난번 대응보다 진화된 모습까지 보였다.
일단 3분 만에 경보 문자를 내보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상세 내용을 설명한 것은 미사일 발사 35분 뒤였다.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가 전용기 안에서 모든 보고를 받고 국민 안전 확보, 신속한 정보 공개 등과 관련한 6가지 지시사항을 내렸다"고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 주재로 첫 번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린 것은 오전 8시였다. 오전 9시 30분엔 인도 순방에서 복귀한 아베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즉시 두 번째 NSC가 열렸다. 이베 총리는 전용기 내에서 국민 안전과 대비태세에 대한 지시를 내린 후 공항에 내린 즉시 NSC를 개최했다.
이처럼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발사 정보를 미리 파악한 덕분이다.
한편 미국 군사 및 정보당국은 지난달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할 때 '미사일보다 빠른 경보'로 유명해진 전국순간경보시스템 'J얼러트(Alert)'는 1분 당겨진 3분 만에 경보 문자를 발송했다.
홋카이도를 비롯한 일본 동북부 지역의 12개 광역지자체가 대상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시간(오전 7시 4~6분)보다 빨랐다.
지난번 문자에선 구체 내용이 없어 혼선을 겪었다는 불만을 반영해 문자 내용을 업그레이드했다. 경보와 함께 해당 지역 등을 통과하는 신칸센 등의 운행이 미사일의 일본 통과가 확인될 때까지 10분가량 멈췄다. 또 홋카이도와 이와테현에서는 관내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등교시간을 늦추고 이미 등교한 학생은 학교 건물에 대피하도록 했다.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에서도 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긴급 방송으로 전환해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뉴스를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특히 방송 중간에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미사일이 상공을 통과한 홋카이도 등까지 연결해 현지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