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가 부른 참사.. 소방관 매년 5명꼴 '안타까운 죽음'
관리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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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09:13
17일 강원도 강릉에서 화재 진화를 위해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간 이영욱(59) 소방위는 현장안전점검관이었다. 그는 재난 현장의 위험 요인과 대원들의 건강 상태 등을 파악해 사고를 막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화재 진압 인력이 부족했던 탓에 직접 신참 소방관과 함께 불붙은 건물로 들어간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열악한 소방 인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소방 분야 전문가들은 재난 현장에서 소방대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현장안전점검관 제도가 있지만 인력난 때문에 제대로 운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 규정에 따르면 재난 현장에는 현장 소방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안전점검관을 둬야 한다. 화재 진압 때 소방관 사고가 잇따르자 2009년 도입했다.
현장에선 현장안전점검관이 있으나마나한 제도라고 하소연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보통 소방펌프차 한 대가 출동할 경우 현장 지휘 1명, 화재 진압 2명, 운전 1명이 필요하다”며 “이 경우 현장 지휘자가 현장안전점검관 역할도 맡는데 동시에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인력 부족 때문에 4명이 출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엔 아예 반쪽짜리 현장안전점검관도 없는 셈이다.
이번 강릉 화재에선 이 소방위가 현장지휘관 겸 현장안전점검관을 맡았다. 출동 인원은 4명이었다. 화재 규모에 비해 적었다. 결국 그가 직접 화재 진압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의 한 소방관은 “화재 진압 현장은 축구선수들이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기준 법정 소방필요인력은 4431명이지만 실제 인원은 2501명뿐이다. 전국적으로 봐도 소방필요인력 대비 부족한 인원은 1만9254명이다. 사실상 현장안전점검관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용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영향으로 임무 수행 중 다치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공상을 당한 소방관은 448명으로 4년 전보다 57.2% 늘었다. 순직자도 지난해까지 10년간 51명이 발생했다. 매년 5명꼴이다.
전문가들은 겸임(兼任)이 아닌 전임(專任) 현장안전점검관 제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인력 확충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박해근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은 “미국의 경우 현장안전점검관은 다른 업무와 겸직을 하지 않고 대원들의 안전만을 위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도 “좋은 제도를 실제로 구현하려면 그에 맞게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도 현장안전점검관 제도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당시 국민안전처에 정원 신설을 권고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장안전점검관 전담 인력 확충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결과물은 없는 상태”라며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소방 인력이 충원되면 좀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순직한 두 소방관에 최대한의 예우를 약속했다. 이 총리는 페이스북에 “두 분 소방관님의 명복을 빈다”면서 “국가유공자 지정과 훈장 추서 등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한국인 평균수명은 81세인데 소방관은 59세”라며 “소방관을 늘리고 혹사를 줄이겠다. 소방관 순직이 더는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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