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북한이 '마이웨이'식 도발 의지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이에 국제사회가 분노하면서, 북한의 입지가 그만큼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 지역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지난 12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반발 의미도 담고있다.
전세계 다자외교의 꽃으로 평가받는 유엔총회 개막(19일)을 불과 나흘 앞둔 상황에서 보여준 도발은 스스로 고립을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낳고있다.
일례로 북한은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 그 결과는 북한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참석하는 안보 포럼에서의 입지 축소로 이어졌다.
이 포럼에 참석에 앞서 전통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이 이례적으로 북한 도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리용호 외무상은 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양자회담을 타진했으나 해당 국가들의 거부로 의장국인 필리핀이 대표로 리 외무상과 만나는 데 머물렀다.
이후 한달여간 북한은 괌 포위사격 예고와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6차 핵실험 등을 잇따라 감행하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동안 북핵 이슈와 밀접하지 않던 중남미 국가들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가 하면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안이 북한 6차 핵실험 9일만에 채택됐다.
실제 멕시코와 페루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키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멕시코의 경우 1967년 틀라텔롤코 조약을 체결하고 비핵화 지역을 선포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남미 국가에서 북한 대사를 추방한 것은 외교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으로 중남미 지역에 남은 북한 대사는 브라질, 쿠바, 베네수엘라 등 3개국으로 축소됐다.
이는 미국 주도의 북한 압박 노력이 비당사국까지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중순 중남미를 방문하고 브라질, 멕시코 등이 북한과 단교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 의원 중 한 명인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북한에 공관이 있는 나라들에 단교 요구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하거나 외교관 규모를 축소하는 사례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연합(EU)도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허용하지 않고 탄도 미사일 발사에 책임이 있는 개인 등을 대상으로 독자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북한 대사관이 소재한 일부 EU국가들의 경우 이미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 등의 요청에 따라 외교관 수를 최소화로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외교 소식통은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겠지만 북한의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 할 것"이라며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하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북한의 입장을 들을 가능성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적정 수준에서 도발을 멈추는 지혜도 필요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성과에 도취돼 자제하지 못하고 도발을 멈출 지점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