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시각을 확인하고도 재배치 요구를 거둬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핵무장론까지 본격적으로 들고나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핵무장은 고사하고 전술핵 배치 가능성이 낮아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2박 4일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온 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위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손에 잡히는 방미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위협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남한에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는 의견이 많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 등 행정부 관료들은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미국의) 핵우산을 믿어달라"는 말도 들었다.
그럼에도 방미단은 의회와 학계 인사를 만나서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읽었다며 "전술핵 외교에 시동을 거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렇지만 방미단의 설명을 들어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나 학계인사들이 외국인을 만나고 나서 '무슨 얘기하는지 충분이 이해한다.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는 의미 정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에서 "미국이 핵우산을 핑계로 끝내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는 경우 자체 핵무장을 하는 구체적인 명분을 가질 수 있다"며 전술핵 배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무장까지 요구할 계획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홍 대표 측근들은 핵무장론은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핵무장론에 깊숙히 발을 담그기를 꺼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홍 대표와 한국당의 전술핵 재배치.핵무장론은 위험할 뿐더러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전술핵 재배치를 계속 요구할 경우 한미동맹에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고 사드문제로 최악의 관계인 한중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반도 문제 연구자는 "중국이 사드 갖고도 저 난리인데 전술핵 같은 공격 무기를 배치하면 사드 보복과 비교할 수 없는 보복을 할 것"이라며 "억지력 향상에도 도움이 안되고 쓸데없는 비용만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이텐카이( 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최근 "핵무기가 북한에 안전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처럼 한국과 일본에도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한국의 전술핵 배치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과거 미국이 군산 기지에 전술핵이 배치했을 때 북한 압박용이 아니라 중국 견제의 성격이 더 컸다"며 "다시 전술핵을 들여올 경우 중국의 어마어마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야당이 이런 사정을 알고도 전술핵 배치를 주장한다면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지난 시기 대북정책 실패를 거론하면서 "25년간의 북핵 외교가 무슨 성과가 있었느냐. 이제 와서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북핵 해법을 말할 자격이 과연 있느냐"는 비판도 쏟아냈다. 그러나 이는 지난 25년 가운데 진보정권은 10년에 불과하고 나머지 15년은 보수정권이 담당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과거는 난 모르겠고'식 우격다짐에 불과하다.
민주당 박완주 수석 대변인은 "한국당의 전술핵 도입 주장은 그동안 우리정부와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추진해왔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한순간에 부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홍 대표의 발언은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 핵폭탄급 망언"이라며 "한국당의 행태는 안보 위기를 이용해 정략적 이득을 취하려는 정치적 이기주의"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책임은 물론 국정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한국당이 전술핵 배치 주장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당은 추석연휴 전까지 253개 지역구에서 100∼500명 단위로 진행될 당원교육에서 전술핵 배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병행하기로 했다. 또 1천만명 서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석연휴 이후에도 부산·대전 등지에서 대국민보고대회와 함께 서명운동을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