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아 귀성객들이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휴 기간이 최장 10일간에 달해 출발 날짜가 분산되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터미널에는 시민들의 설렌 발길이 이어졌다. 웃음기 가득한 시민들이 양손 가득 온갖 선물을 들고 속속 버스에 올라탔다. 아내와 함께 자신의 고향 부산으로 간다는 회사원 강정구씨(31)는 "몇 년 만에 내려가는데 부모님 얼굴을 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다. 최대한 빨리 가고 싶다"며 "한우 고기랑 용돈을 두둑하게 들고 간다"고 말했다.
홀로 강원 속초시 고향을 찾는다는 치위생사 김진아씨(30·여)는 "이번처럼 오랫동안 부모님 집에 머물 수 있었던 적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며 "아버지가 편찮으신데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사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휴가 최장 10일간으로 넉넉한 덕분에 고속도로를 이용한 귀성길은 이전보다 여유로울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저녁 7시 서울요금소 출발 기준으로 부산까지 4시간20분, 광주까지 3시간, 대전까지 1시간40분, 강릉까지 2시간2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소 인근에서 정오쯤 정체를 빚기도 했지만 곧 풀리기 시작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대체로 원활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회사원 이정민씨(26·여)는 "연휴가 길어 교통체증을 피해 추석 당일인 다음 달 4일 고향 대전에 내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역도 고속버스터미널과 비슷한 상황이다.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회사원 장영주씨(38)는 "연휴가 기니까 기분이 좋고 예상보다 역이 붐비지 않아 더 좋다"며 "표 예매하는 것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내, 아들과 함께 포항행 KTX를 기다리던 자영업자 황상원씨(45)는 "연휴가 긴 만큼 고향에는 5일 정도 머물고 나머지 5일은 집에서 쉴 생각"이라며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나처럼 귀성과 여행을 혼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고향행 대신 해외여행을 택하는 시민이 많아진 점도 여유로운 귀성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연휴 기간(9월29일을 포함한 11일간) 약 195만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평균 공항 이용객이 17만7000명에 달한다는 의미로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날 출국하는 사람만 10만30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만큼 항공사 직원 등 관련 종사자들은 어느 때보다 바쁜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 항공사에서 지상직으로 근무하는 직원은 "이번 연휴는 한마디로 '헬'(hell·지옥)이 될 것 같다"며 "추캉스(추석+바캉스)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집을 떠나는 행렬은 추석 전날인 10월3일 오전, 돌아오는 행렬은 추석 당일 오후에 가장 집중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