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공무원이 마약 밀수 가담' 사상 첫 적발

밀수 0 1,912 2017.10.12 13:11
미국에서 배송된 국제우편물 속 마커펜 안에 숨겨진 액상대마 카트리지(왼쪽). 검찰이 압수한 액상대마 카트리지(오른쪽). 서울중앙지검 제공
현직 사무관급 공무원이 해외에서 구입한 마약을 몰래 국내로 들여왔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과거 마약류를 투약한 공무원이 적발된 사례는 있으나 마약밀수에 가담한 공무원을 적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12일 마약 밀수사범 6명을 검거해 5명을 구속 기소,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구속 기소된 피고인 중에는 현직 공무원 A(50)씨가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방의 한 도청에 근무하는 A씨는 비록 6급이지만 실제로는 사무관(5급)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 그는 우연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B(40)씨와 함께 자금을 조달하고 C(45)씨는 해외에서 마약류를 직접 소지한 채 입국하는 방법으로 필로폰 등을 수입하기로 공모한 뒤 지난 4월24일 태국에서 구한 필로폰 약 10g을 김해공항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귀국 당일 공항 세관 검색대에서 검거돼 구속기소됐다. “공범은 없고 단독범행”이라고 잡아떼던 C씨는 최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자 비로소 공범들의 존재를 털어놨다. 검찰은 C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하고 계좌추적 등 과학수사 기법을 총동원해 두 공범의 존재를 밝혀낸 뒤 지난달 차례로 검거해 구속했다.

검찰 조사 결과 도청 주차장에 주차된 A씨의 차량 트렁크에선 필로폰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와 알콜솜이 다량 발견됐다. 검찰은 A씨가 필로폰 밀수를 주도한 것은 물론 여러 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까지 추가로 밝혀냈다.

해외 유학생인 형과 국내에 사는 동생이 공모해 마약밀수를 저지른 사례도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 유학생인 D(27)씨는 국내에 거주하는 대학생 동생 E(23)씨, 그리고 군대 시절 알게 된 F(33)씨와 공모해 국제우편으로 액상대마를 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D씨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미국에서 국제우편을 이용하여 심부름업체로 액상대마를 배송했으며, 심부름업체가 지하철역 무인보관함에 넣어둔 액상대마를 E씨가 찾아 F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수법으로 D씨 일당은 총 7회에 걸쳐 액상대마 카트리지 31개를 밀수했다.

이들은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국제우편 수취지를 심부름업체로 기재하는 등 철저하게 범행을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D씨와 F씨를 구속기소하면서 E씨는 D씨와 형제관계인 점을 감안해 그냥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와 인터넷을 이용한 거래, 항공편과 국제우편 발달로 인해 마약류 수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각각 389명, 104건이었던 마약밀수사범과 마약밀수 단속건수는 2014년 339명과 129건, 2015년에는 383명과 145건을 기록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직 공무원 뿐 아니라 형제까지 마약류 밀수에 가담하는 등 마약류 확산의 심각한 실태가 확인된 만큼 일반 국민의 경각심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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