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가족 간 법적 다툼과 유사한 사건이 전북지역에서 발생했다. 소방관으로 일하던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유족급여 등 수천만원을 챙겨갔다. 이에 딸을 홀로 키워온 친부가 낸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는 법원이 친부의 손을 들어줬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전북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A(63)씨가 전 부인 B(65)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A씨가 B씨와 이혼한 1988년 3월 이후 두 자녀가 각각 성년이 된 해까지 B씨가 부담하지 않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양육비 산정액이다.
당시 인사혁신처는 A씨의 딸이 업무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앓다가 세상을 뜬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해 11월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인사혁신처의 의결을 이행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이 비슷한 시점에 이를 생모인 B씨에게도 알리면서 그에게도 돈이 지급됐다.
A씨는 B씨가 1988년 이혼 후 단 한 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았고, 딸의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은 데다 부모로서 그간 어떠한 역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고 구하라씨의 오빠와 친모 사이에 유산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논란이 됐던 점을 언급하며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상속 자격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법정에서 “이혼 후 A씨가 딸에 대한 접근을 막았을 뿐더러 A씨의 딸 양육은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 내기 동기에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양육비 부담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리 끝에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홍 판사는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며 “청구인(A씨)은 상대방(B씨)과 1988년 이혼 무렵부터 자녀들이 성년에 이르기까지 단독으로 양육했고, 상대방은 청구인에게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이런 판결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한 강신무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생모가 딸의 유족급여 등을 이미 빼돌린 사실이 확인되면 고소하겠다”고 전했다. A씨 측은 또 B씨가 사망 시까지 받게 될 순직 유족연금 지급 중단 방안도 논의 중이다. A씨 측은 연금이 입금되는 B씨의 통장을 압류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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