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한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확정됐다.
이 법안은 국적 변경을 악용해 병역을 회피하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법 조항이 병역의무 회피 의도가 전혀 없는‘선천적 복수국적’ 신분의 미국 태생 한인 2세들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한국시간 28일 열린 본회의에서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이 발의한‘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국적이탈이나 국적상실을 한 미 시민권자 등 외국 국적 동포는 병역의무 종료 연령인 만 40세까지 재외동포 체류자격(F4 비자)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병역 회피자에 대한 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을‘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해외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 대해 38세까지 제한하도록 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여기에서 제한 연령을 만 40세까지 높이고‘병역을 기피할 목적’이라는 조항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이에 따라 부모 한 쪽이 한국 국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 태생 한인 2세의 경우‘선천적 복수국적’인 상태에서 만 18세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국적 이탈’을 할 경우 이번 개정안의 제한 대상에 걸리게 돼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만 40세가 될 때까지 받을 수 없게 된다.
재외동포 체류자격인 F4 비자를 받으면 외국인 신분이 아닌 한국 국적자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서 자유롭게 취업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데, 미국 태생 한인 2세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이유로 여기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A 총영사관 측은 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이 강화되고 연령이 상향조정된 것만 보면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F4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들에 대한 한국 내 경제활동이 전면 차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상욱 법무영사는 “병역을 마치지 않는 재외동포에 대한 F4 비자 발급이 제한되는 것일 뿐,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다른 비자의 발급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한국내 경제활동이 전면 차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영사에 따르면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교수(E1) 비자나 일반 연수(D4) 비자, 회화지도(E2) 비자, 예술공연(E6) 비자 등 한국 내 취업을 다른 비자 발급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영사는 “지금까지는 국적 이탈을 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F4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장기 체류하면서 자유롭게 취업을 알아보는 등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법이 시행되면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해당자들은 F4 비자를 통한 자유로운 체류와 직업 선택은 힘들게 되고, 특별 목적의 다른 비자를 받아서 한국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