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양손에 권총을 들고 표적에 정확히 사격을 가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동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더구나 이 로봇의 이름은 표도르(FEDOR=Final Experimental Demonstration Object Research). 한때 세계 무적을 자랑했던 러시아 이종격투기 선수 표도르 예멜리야넨코를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처음부터 명실상부한 ‘킬러 로봇'을 개발하려 한 것일까?
러시아의 드미트리프 로고진 부총리는 국제사회의 눈총을 의식한 듯 재빨리 터미네이터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공개한 쌍권총잡이 로봇에 대한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 비상부의 지원을 받는 고등연구기금과 안드로이드 테크닉스가 함께 개발한 표도르의 키는 약 180㎝, 몸무게는 105~160㎏(장착 장비에 따라 다름)이다. 양손으로 최대 20㎏의 물건을 들 수 있다.
표도르는 애초 재난구조 작업에 투입할 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로봇이다. 테스트 동영상을 보면 이 로봇의 능력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차량 운전석에 탑승해 핸들을 돌리며 운전도 하고, 열쇠 구멍에 키를 넣어 문을 열 줄도 안다. 전구를 돌려 빼거나 끼우고 용접기, 소화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안다. 심지어 팔굽혀펴기, 낮은 포복, 외발 서기 능력도 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재난구조 지침에 따라 극한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셈이다. 2015년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의 재난구조 로봇 챌린지에 참가했던 로봇들한테서 보았던 동작들과 비슷한 것들이 많다.
미국의 다르파에 비견되는 러시아 고등연구기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표도르의 동작 능력이 일취월장하자 우주 탐사 활동에도 표도르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 2021년으로 예정된 러시아의 새 우주선 페데라찌야(Federatsiya)의 첫 비행에 표도르를 유일한 승객으로 탑승시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일련의 우주활동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로봇은 정밀한 동작 능력만 갖추면 원격 조정을 통해 우주 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우주복을 입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우주비행사 훈련비용도 들지 않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선보인 표도르의 능력은 꿈이 아닌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표적에 총을 쏘아 맞히는 장면은 러시아가 이 로봇 개발 나선 진짜 의도에 의문을 갖게 한다. 더욱이 이 소식은 러시아의 방위우주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부총리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다. 로고진 부총리는 논란이 일자 다시 트위터를 통해 “의사 결정 알고리즘과 정밀 동작 기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것이 왜 꼭 권총 사격이어야 하느냐는 의구심을 풀 수 있는 해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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