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로 진지한 혁신을 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인가? 제시 프라젤은 그렇다고 주장한다. 도커와 구글 클라우드로 개발자 사이에서 명성을 얻은 프라젤은 자신의 마이크로소프트 입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대담한 주장을 펼쳤다. 표면적으로 보면 거대 기업으로의 이직을 변명하려는 어리석고 과한 주장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를 단순히 평화로운 공존 상대로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열쇠로 적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리눅스에서 실행되는 SQL 서버처럼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것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에서 다중 언어 사용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에 온전하고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다행히도 그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도 여전히 리눅스 혁신가가 아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때 꿈꾸었던 독점 소프트웨어 세계의 유일한 지배자가 아니다.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의 2대 CEO 스티브 발머가 “리눅스는 암적인 존재” 라고 일갈하던 시대는 저문 지 오래다. 이제 우리는 클라우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제 리눅스에서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현실은 오픈소스가 많아진 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 커널 상위 30대 기여자 목록에 들지도 못하는 형편이다(리눅스 재단의 최신 보고서 참조).
아닌 게 아니라 리눅스 재단 전무 이사 짐 젬린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여 순위가 47위라고 밝혔다. 별로 자랑할 만한 순위는 아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에 플래티넘 회원으로 리눅스 재단에 가입했지만 그것이 자체가 혁신은 아니다. 필자가 2004년에 시작해서 10년간 운영한 오픈소스 사업 회의의 첫 후원자도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당시에도 환영 받기는 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혁신적이지 않다.
리눅스 재단 보도 자료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프로젝트들도 혁신적이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 .Net Core 1.0을 공개했고, 캐노니컬(Canonical)과 손잡고 윈도우 10에 우분투를 도입했으며, 프리BSD(FreeBSD)와 함께 애저용 이미지를 공개했고, 자마린 인수 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오픈소스화 했다. 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레드햇, 수세 등과 손잡고 이들 솔루션을 자체 제품에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가는 훌륭한 행보이다. 쓸모는 있지만 딱히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에 대한 혁신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리눅스 혁신은 주변에 머물러 있다
프라젤은 필자가 이의를 제기하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재빨리 해명했다. 리눅스 커널 기여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 “리눅스를 가지고 하는 혁신”에 대해서 서술을 한 것에 가깝고 “누가 리눅스를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보라”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말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프라젤은 컨테이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컨테이너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혁신가”라는 꼬리표 이상을 얻고 있다. 리눅스만이 아닌 윈도우에서도 도커 컨테이너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견 시시해 보이는 작업조차도 IT에 오픈소스 정치색을 원하지 않는 기업들에는 매우 중요하다.
고밀도의 컨테이너를 전통적 가상머신 고립과 결합하는 하이퍼-V 컨테이너는 어떤가?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CTO 마크 러시노비치에 따르면 지난해에 리눅스를 실행하는 애저 가상머신의 비율이 25~33%로 껑충 뛸 정도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에 집중해 왔다.
간단히 말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 “주변”에서 진지한 혁신을 하는 유일한 회사라고 트위터에 썼더라면 더 정확했을 것이다. 그것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낙 많은 변화를 거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생각은 해볼 수 있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리눅스 문제의 핵심, 즉 커널을 파고들다
그렇다고는 해도 리눅스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존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히 리눅스 생태계 끝의 주변에서 혁신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리눅스 커널에 직접 기여하고 리눅스 커널에서 창출하는 가치에 부응해야 할 때가 왔다. 10년 전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에 접근하면 의혹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렇게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점을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이며 마침내 리눅스에 진지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늘 그렇듯이 사람으로 시작해야 하고,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 커널 개발자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매튜 윌콕스, 폴 실로브스키, 그리고 (2016년 중반에는) 스티븐 헤밍어를 채용했다. 헤밍어의 채용은 특히 흥미로운데 거물급 커널 개발자 가운데 한 명인 것도 그렇지만, (브야타(Vyatt) 근무 당시인)2009년에 하이퍼-V 코드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GPL을 위반했음을 지적한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세 사람의 가세로 마이크로소프트에 현재 재직 중인 리눅스 커널 기여자는 12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엔지니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리눅스 커널 유지보수기사 그렉 크로아-하트먼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들은 커널의 다양한 핵심 부분(메모리 관리, 핵심 데이터 구조, 네트워킹 인프라)과 CIFS 파일시스템에 기여하고 있으며 리눅스가 하이퍼-V 시스템에서 더 잘 작동하도록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요컨대, 리눅스 재단의 젬린이 말한 대로 “그들이 핵심 기여자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헤밍어를 비롯한 이들의 기여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커널 기여 순위가 밑바닥에서 벗어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돼지가 하늘을 나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를 등한시하지 않으면서도, 리눅스에서의 단순 실행이 아니라 리눅스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온 것이다.
10년 전이라면 터무니없는 말이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프라젤이 트위터에 쓴 내용은 지나치게 낙관적이기만 한 것도 사실이지만, 어쩌면 앞으로 1~2년 후에는 당연한 말로 받아들여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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