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학(Simon Fraser University)' 컴퓨터과학자인 안젤리카 림(Angelica Lim) 교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이 같은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림 교수는 이전에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위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인공지능 전문가다.
그녀는 이번 기고문에서 사람들이 사람의 형상을 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사람처럼 똑똑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며, 이 같은 착각은 사람들에게 혼란과 두려움을 초래해 기술적인 진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자신이 몇 년전 일본의 한 카페에서 경험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오사카에 있는 일본식 카페에선 기모노를 입은 로봇을 투입해 고객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바리스터에게 주문 내용을 전달하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은 기계적인 창작물인 로봇을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인식했지만 실제로는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격 조작하고 있었다. 림 교수는 당연히 누군가 원격 조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로봇이 지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 로봇 연구자들은 이런 원격 조작 기술을 ‘오즈의 마법사’ 기법이라고 부른다.
림 교수는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유명한 오사카대학 히로시 이시구로 교수의 원격 조작 로봇인 ‘제미노이드’를 ‘실리콘 마리오네트 인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완벽하게 사람처럼 보이기를 원하지만 결국 혼란만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림 교수는 인공지능도 비슷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터넷에 저장된 방대한 량의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 ‘규정집(rulebook)‘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 흉내를 내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이 말하고 동작하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단지 로봇의 외모가 사람을 닮았기 때문에 사람처럼 똑똑하고 정신적인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심리학에서 이를 ‘투사(projection)’한다고 일컫는다.
림 교수는 이런 종류의 투사가 로봇을 오해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봇이 세계를 지배한다”, "로봇의 반란이 일어난다“ 등등 대중 매체의 헤드라인 제목들은 대중들의 로봇에 대한 인식을 오도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 이런 혼란은 결국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기술의 진보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림 교수는 1950년대 영국 과학자 알랜 튜링이 고안한 ‘튜링 테스트’를 로봇에 적용하면 도움이 될수 있다고 언급했다. 튜링 테스트는 인공지능의 기술 수준을 측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는 챗봇은 흔히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람과 온라인상에서 희희덕거리는 챗봇을 사람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 챗봇은 인공지능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셈이다.
그렇다면 로봇도 챗봇처럼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까. 림 교수에 따르면 쉽지 않다고 한다. 사람과 같은 시선, 눈의 깜빡거림, 제스처, 목소리의 톤, 기타 다른 감정적인 표현 등의 변화와 자연스러움이 타이밍 차원에서 완벽해야지만 사람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로봇이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법이 없거나 “나는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똑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구사하면 사람들 눈에는 금방 이상하게 보인다는 것. 역으로 사람들은 인간과 똑같은 로봇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말한다.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제정된 로봇 원칙은 로봇으로 하여금 취약점을 갖고 있는 사용자들을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로봇의 내부 작동원리를 확인할 수 있어야한다.
림 교수는 챗봇 경진대회인 ‘뢰브너 프라이즈(Loebner Prize)’의 방식처럼 로봇에도 ‘튜링 25’와 같은 라벨을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튜링 25’라는 라벨이 붙은 로봇은 25분 동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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